부모님들은 다 그러신가

 


 

오늘 다른 일로 아빠랑 통화를 하다가

병원에 가는 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.

수술받으러 입원하신단다.

처음 그 얘기만 들었을 때는

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.

전에 다른 문제로 입원을 했어서

혹시 다시 재발했나, 문제가 생겼나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.

걱정을 애써 눌러가며

뭔 일 있냐며 덤덤한 척 물었다.

다행히 큰 일은 아니고 예전부터 아빠가 얘기했던

하지정맥류 수술이란다.

별거 아니고 걱정할 일도 아니라며 용무만 얘기하고 끊으셨다.

 

 


 

 

점심을 먹다가도 다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어서

하지정맥류 수술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

밥 한 숟가락,

스크롤 한번,

반찬 한 젓가락,

다시 스크롤 한번,

 

그러다가 결국 다시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.

별거 아니라며 병원에 올 필요도 없다며

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계속하셨다.

병원에 오지 말라는 당부도 재차 하시고는

전화를 끊으셨다.

 


 

정말 별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 

일단 아빠가 병원에 간다는 것 자체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게 한다.

신경 쓰지 마라, 오지 말라는 얘기는 계속하셨지만

그게 될 리가 있나.

 

 


 

 

부모님은 다 그러신가 보다.

 

얼마 전 남자 친구 어머님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실 때도

어머님은 그저 가라는 말씀만 반복하셨단다.

백번은 들은 것 같단다.

당신이 아픈 모습, 약한 모습을 자식에게 보이기 싫으신지...

본인도 걱정되고 무서우실 텐데...

 

 


 

 

사실 그렇다.

별일 아니더라도

부모님이 환자복을 입고 계시면

그 모습이 자꾸 걱정되고

이런저런 생각들에 눈물이 핑 돌게 된다.

좀 더 잘해드리고, 살펴드리고 하고 싶은데

내 앞가림이 벅차서 생각처럼 되질 않는다.

갑갑한 마음이 자꾸 든다.

 


 

좀 더 좋은 것을 해드리고 싶지만

그렇게 못하는 현실을 한탄하다가도

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생각난다.

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,

그게 최선일 텐데

늘 더 나은 상황만 찾게 된다.

 

 

반응형

'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2019.07.16 , 하나  (0) 2019.07.16

 

 


 

한때는 세상 모든 게 흥미롭고 재미있었고

사람들 만나서 웃고 떠드는 게 너무나도 좋았고 

나는 뭐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도 충만했었다.

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행복인 줄 몰라도 좋았던

그랬던 시절이 있었다.

 

 


 

 

보잘것없는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

몇 번의 실패와 자괴감이 반복되는지,

그 과정 속에서 남들보다 잘나고 싶지만

남들만큼 해내기도 어려운 나를 만나게 될 때가 있다.

 

나는 왜 그럴까,

저이는 저만큼이나 가있는데 나는 왜 아직도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

스스로에게 못된 생각과 말들을 반복하기도 한다.

 

그렇게 나는,

점점

내가 뭘 잘하는 사람인지

뭘 좋아하는지를 잊고 살게 된다.

 


 

 

'생산적인' 일이 아니라도 괜찮은,

그 누구의 시선과 생각도 신경 쓸 필요 없이

내가 즐겁고 행복한,

그런 시답잖은 일에 '시간낭비' 하고 싶을 때가 있다.

 

 

여행을 떠나는 것

사진을 찍는 것

게임을 하는 것

책을 보는 것

영화를 보는 것 

낙서를 하는 것

캘리그라피를 하는 것 

요리를 하는 것

하염없이 생각을 써내려 가는 것

 

또는,

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

 

 

 


 

 

 

어른스러울 때도, 유치할 때도

진지할 때도, 감성적일 때도, 장난스러울 때도,

짜증스러울 때도, 긍정적일 때도,

 

나 조차도 가늠하고 정의 내릴 수 없는

변덕스러운 

그 모든 모습의 나를 받아들이기로 한다. 

 

 


 

 

어제의 나와 

오늘의 나

그리고 내일의 나는 

아마도

매일 다른 것들을 좋아할 테지만

언젠가는 늘 좋아하는 몇 가지가 생기겠지.

 

그래서

스스로에 대한 기록을 하기로 했다.

 

 

 

 

반응형

'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2019.07.17, 둘  (0) 2019.07.17

+ Recent posts